2016년 4월 14일 목요일

통영의 길고양이 집회~

서울에서 통영까지 왕복거리 744km, 소요시간 8시간 30분 정도

늦은 오후 출발로 아침과 점심은 패스하고~
2시간의 볼일과 하루를 통틀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당일치기로 통영을 내려갔다.
요즘 들어 통영 갈 일이 잦아지고 갈 때마다 찾는 그곳...
통영시 항남동에 위치한 항남 방범초소 앞 쉼터.
늦은 시간 급한 대로 편의점에서
생수 한 통과 참치 캔 6개 가격이 좀 한다는 연어 캔 4개를 사서
길고양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동!


통영의 길고양이 집회 장소에는 풋풋한 커플이 
살짝이 내리는 보슬비를 피해 데이트를 하고 있고,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모임 장소가 맞는데 날짜가 변경됐나???"

그래도 혹시 몰라 봉지를 꺼내자


한 녀석이 귀신같이 나타났다.
몇 번 봤다고 얼굴을 익혔는지, 목소리를 익혔는지, 아님 냄새를 기억하는지...
신통방통한 녀석 바로 발밑으로 나와주신다.

준비해온 다과를 차리자마자


냄새를 맡고 또 한 마리가 등장하고


둘이서 맛나게 처묵처묵 하시는 사이


모임의 제일 나이 어린 녀석이 코앞에서 빼꼼 거린다.




아직 겁 많은 녀석이 편안하게 먹으라고 다과를 준비하는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물과 일단 한 그릇을 놓아주고


힘 있는 녀석들이 늦게 오는 관계로 배를 야무지게 채웠다.



다른 녀석들이 비린내에 이끌려 모여들자 한쪽으로 피하는 것 같아서
밑에 접시를 놔두니 많이 먹긴 했나 보다.
더 이상은 먹질 않는다...


간만의 포만감에 만족스럽게 그루밍을 하고
다른 한 녀석은 눈치 본다고 옆에 접시가 있는데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야생의 길고양이에게 영역과 서열 싸움은 목숨을 건다.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던 녀석에게 접시를 내밀자
눈치 보며 허겁지겁이다.


자기보다 낮은 서열의 고양이가 먼저 먹는 꼴을 볼 수 없다고
달려드는 녀석...

"야이 개시키야~ 먹는 데는 개도 안건딘단다... 니가 고양이라꼬 아를 잡느나???"


이번에는 더 풍족하게 준비했는데 저번보다 마릿수가 적게 보인다.
항상 밤이고 어두우며 아직 경계가 심한 녀석들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그놈이 그놈 같고 ㅜ.ㅜ
숫자가 비는 것 정도 밖에 파악을 못 했다.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하는 녀석들 중 그나마 서열이 높은 녀석들이 먼저 잡숫고.


컨테이너 초소 밑에 둔 접시도 눈칫밥 먹는 녀석이 허겁지겁하고 있다.


대장 같은 녀석은 어디서 혼자 잘 처 잡숫고 다니는지
별로 관심을 안 보이고 서열 관리를 위해 도끼눈을 뜨고 애들을 째려보고...


자기가 봐도 그늠이 그늠 같고 그냔이 그냔 같은지 똥고 냄새를 심문 중이시다 ㅋㅋㅋ

"야이~ 개시키야... 콧구녕 썩것다. 엥가이 처 맡아라~"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가운데 그 밑의 서열들이 눈치 보며 모여든다...


밑의 짬밥 안되는 녀석들은 다 먹지 말고 국물이라도 남겨 달라고
멀리서 처량하게 구경하고...



입맛 다시는 꼴도 용납할 수 없는지 멱살 후려잡혀 구석으로 물러난다...
참 먹고살기 힘들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입맛 다시며 대그빡 들이 밀려고 하다 눈빛이 딱 마주쳤다.
얼음...


마지막 서열들의 식사 시간이 돌아왔다.
넉넉하게 준비 하긴 했나 보다.
이번엔 다들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접시를 분산 시키고 접시가 남아도는데도 마지막 서열들은 근처를 배회하다
진짜 마지막에 먹기 시작하고,



배 찢어지도록 처 멕여 놨더니 저 개시키가 나를 째려본다.

"야이~ 개시키야... 눈 안까나? 밥 처 멕이 놨더만 오데서 눈에 쌍심지를 키고 째리 보노??
확! 마~ 문디 자슥 차서 어걸트리삘라마~"


옆에 연어 접시가 가득한데도 한 우물만 파는 독한 늠~
밀어 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빈 접시 밀어 가며
설거지 중이시고~


대장은 설거지 잘하는지 마지막 녀석을 감시 중이고
저 시키는 눈에서 레이저를 뿜으면서 아직도 나를 야리고 있다.

이제 올라갈 시간이다.
진즉에 올라갔어야 하는데 녀석들 밥이나 먹이고 간다고
한 시간 이상을 지체한 거 같다.
올라가는 길에 피곤해서 코피 터지겠네...

오늘은 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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