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8일 월요일

로즈 : 히말라야 페르시안의 왕비병

세상에 저 혼자 우아한 척~ 고귀한 척~ 다 떨던 냔이였다.
이쁜 척 다하고 무슨 무슨 척~이라고 하는 건 다 자기 거라고 착각하고 살던 냔...
우리 집 히말라야 페르시안의 왕비병 처 걸리냔 로즈.

그런냔이였는데 우리 로즈가...
가는 세월에 장사 없다고 히말라야 페르시안의 왕비병 로즈에서 
늙은 냔 로즈로 탈바꿈하고 변했다... 그것도 180도로 ㅡ.ㅡ


솜털 뽀송뽀송하도록 그루밍을 해서 윤기 좌르륵 흐르던 모피는
군데군데 뭉치고 푸석푸석하다.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의 반을 꽃단장에 여념 없던 냔이였는데
장모의 특성상 그루밍 할 때 유난이 얼굴과 혀를 쭉 빼 털 끝까지 해줘야 하는데
이젠 힘이 없어 중간에 끊기니 중간부터 군데군데 털은 뭉치고,
인간도 늙으면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변하고 개털처럼 날리는데 우리 늙은 냔
우짜쓰까??


땡그랗게 눈에 쌍심지 켜고 째려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눈에 힘줄 여력도 없나 보다.
자다 일어난 눈처럼 반쯤 풀리고 안의 각막 기능이 떨어지는지 
아무리 기름칠을 해도 각막 미닫이가 부드럽지 못하고 삐거덕 된다.
땡그란 눈이 게슴츠레 눈으로 변한 우리 늙은 냔
우짜쓰가??


나름 소싯적엔 미묘라고~ 인형이라고~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최고의 수식어는 다 접수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히말라야 페르시안의 왕비병 증세 말기까지 왔는데 서열 1위에서 
늙어서 밀린 것도 서럽고 포악한 성질 행패 못 부리는 심통으로
마징가 귀와 볼따구니 놀부 심보로 쳐진 우리 늙은 냔 
우짜쓰까??


인생의 대부분을 꿈길 속을 헤매는 고양이들.
인간은 나이 듦에 따라 잠이 적어진다는데 로즈는 더욱 꿈길 속에서 노닐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꿈길 속 산책이 피곤한지 수면 시간이 늘어났다.
꿈길 속 산책에서 무에 그리 외로운지 발악하는 잠꼬대도 늘고...
로즈를 몇 번 크게 불러야 멈추는 잠꼬대 우리 늙은 냔 
우짜쓰까??


까칠 대마왕 로즈...
오로지 집사의 사랑을 독점해야 하는 욕심 많고 ㅈㄹ 맞은 냔인데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인데
세상만사가 귀찮은가 보다.
한자리에 파워랑 적과의 동침에도 반응이 시원찮은 걸 보니 우리 늙은 냔
우짜쓰까??


몸매 관리를 위해 식탐도 없고 관심도 없던 냔인데
늙어 체력이 딸리는 걸까? 로즈도 당 떨어 지나?
밥상머리 네발 다 올리시고 냄새를 맡더니


생전 안 하던 짓을 한다.
처 자신다~ 지 처 자시고 싶은 부분만...


아주 케익의 생크림과 합체할 기세다.
묘생 17년 차 아직은 건강 상태 양호하다는데
인간도 나이 들면 노병이 오듯 
서서히 잔고장이 나기 시기 시작하나 보다 우리 늙은 냔
우짜쓰까??

"우짜쓰긴 똥스키도 타는 판에 벼락박에 똥칠하고도 주리가 남도록 
언니하고 찌지고 뽂고 하고 살아야제~ 그기 뭔 큰일이라꼬?"

오늘은 요~~까지

2016년 4월 16일 토요일

통영의 해물뚝배기 통영&해물

서울에서 통영까지 하루 만에 왕복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왕복 8시간이 넘는 관계로 한 끼도 못 먹고 ㅜ.ㅜ
2시간의 볼일을 보기 전에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한 끼로 해결하려고
들어간 식당...
통영의 해물뚝배기 통영&해물


너무 늦은 시간이라 식당이 거의 문을 닫고 
목적지 근처에서 고깃집이 아닌 유일하게 문을 열고 있는 해물탕 전문점


늦은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들뿐이지만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살갑게 맞아 주신다.


식당 선택의 여지도 없이 별 기대 안 하고 들어간 곳은 
가게도 그렇게 크지 않고 블로그에 맛집으로 소문난 것도 메뉴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냥 한 끼를 때우겠다는 생각에 해물뚝배기 3인분을 주문하고,


입구 앞 신발장 옆에 놓인 수국이 예뻐 사진을 찍고 있으니
주인아저씨가 수국 사진 찍는 걸 보고 신기해하신다^^

주문한 음식을 아주머니께서 만드시고 서빙은 아저씨가 하시면서
두 분 금슬이 좋으신지 계속 대화를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일단 아저씨가 밑반찬 세팅에 들어가고~
밑반찬 가짓수는 적고 소박하지만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허기진 우리들은
밑반찬을 바닥냈고, 아저씨 아주머니는 잘 먹는다고 모자람 없이 계속 리필해 주신다.
반찬 하나하나가 뒷맛이 깔끔하니 맛있어서 젓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드디어 주문한 주메뉴가 나왔다.


다른 잡맛 없이 국물은 뒷맛이 깔끔하고,
해물은 사람들이 먹기 편하고 제일 젓가락이 많이 움직이는 위주로만 채웠다.


국자로 각자 한 접시씩 담고~


싱싱한 가리비와


오동통하게 살이 많은 대합을 맛봤다.
국물에 푼 된장은 해물 비린내와 그 외 잡맛을 잡을 양만 풀어 
국물이 해산물 맛을 담고 있어 시원하고, 해산물은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한다.


통영 부추전의 특색은 전 자체가 찰지다.


아마도 풍부한 해산물로 인한 조개와 굴 그리고 홍합을 다져 넣어서 일까?
통영의 부추전에는 어딜 가나 홍합 다져 넣은 게 들어간다.
그래서 유독 맛이 있다.
홍합을 안 넣으면 맛이 없다는 주인아주머니...


통영의 해물뚝배기 통영&해물에서 먹은 매실 장아찌는 
양념장으로 도배되어 있는데도 매실 본연의 맛을 살리게 잘 담갔다.
매실 장아찌가 맛있다고 하자 
주인아저씨가 직접 따다가 담갔다고 자랑도 하신다^^


통영의 해물뚝배기 통영&해물의 금슬 좋은 주인 부부와 얘기하며
셋이서 리필해온 반찬까지 비워가며 맛나게 식사하고~ 
뚝배기는 국물과 미나리만 남기고 식탁 위를 초토화 시켰다 ㅋㅋㅋ

맛집이라고 블로그에 소문난 집도 아니요 식당이 크지도 않고 
메뉴가 다양한 것도 아닐뿐더러 밑반찬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음식의 뒷맛이 깔끔하고 
딱 알맞은 양념으로 재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것 같아 나의 입맛에는 맞았다^^

한 끼 잘 먹었으니 2시간 볼일 보고 길냥이들 밥도 좀 챙겨주고 
다시 서울을 향해 달려왔다. 미친 듯이...

오늘은 요~~까지

2016년 4월 14일 목요일

통영의 길고양이 집회~

서울에서 통영까지 왕복거리 744km, 소요시간 8시간 30분 정도

늦은 오후 출발로 아침과 점심은 패스하고~
2시간의 볼일과 하루를 통틀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당일치기로 통영을 내려갔다.
요즘 들어 통영 갈 일이 잦아지고 갈 때마다 찾는 그곳...
통영시 항남동에 위치한 항남 방범초소 앞 쉼터.
늦은 시간 급한 대로 편의점에서
생수 한 통과 참치 캔 6개 가격이 좀 한다는 연어 캔 4개를 사서
길고양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동!


통영의 길고양이 집회 장소에는 풋풋한 커플이 
살짝이 내리는 보슬비를 피해 데이트를 하고 있고,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모임 장소가 맞는데 날짜가 변경됐나???"

그래도 혹시 몰라 봉지를 꺼내자


한 녀석이 귀신같이 나타났다.
몇 번 봤다고 얼굴을 익혔는지, 목소리를 익혔는지, 아님 냄새를 기억하는지...
신통방통한 녀석 바로 발밑으로 나와주신다.

준비해온 다과를 차리자마자


냄새를 맡고 또 한 마리가 등장하고


둘이서 맛나게 처묵처묵 하시는 사이


모임의 제일 나이 어린 녀석이 코앞에서 빼꼼 거린다.




아직 겁 많은 녀석이 편안하게 먹으라고 다과를 준비하는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물과 일단 한 그릇을 놓아주고


힘 있는 녀석들이 늦게 오는 관계로 배를 야무지게 채웠다.



다른 녀석들이 비린내에 이끌려 모여들자 한쪽으로 피하는 것 같아서
밑에 접시를 놔두니 많이 먹긴 했나 보다.
더 이상은 먹질 않는다...


간만의 포만감에 만족스럽게 그루밍을 하고
다른 한 녀석은 눈치 본다고 옆에 접시가 있는데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야생의 길고양이에게 영역과 서열 싸움은 목숨을 건다.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던 녀석에게 접시를 내밀자
눈치 보며 허겁지겁이다.


자기보다 낮은 서열의 고양이가 먼저 먹는 꼴을 볼 수 없다고
달려드는 녀석...

"야이 개시키야~ 먹는 데는 개도 안건딘단다... 니가 고양이라꼬 아를 잡느나???"


이번에는 더 풍족하게 준비했는데 저번보다 마릿수가 적게 보인다.
항상 밤이고 어두우며 아직 경계가 심한 녀석들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그놈이 그놈 같고 ㅜ.ㅜ
숫자가 비는 것 정도 밖에 파악을 못 했다.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하는 녀석들 중 그나마 서열이 높은 녀석들이 먼저 잡숫고.


컨테이너 초소 밑에 둔 접시도 눈칫밥 먹는 녀석이 허겁지겁하고 있다.


대장 같은 녀석은 어디서 혼자 잘 처 잡숫고 다니는지
별로 관심을 안 보이고 서열 관리를 위해 도끼눈을 뜨고 애들을 째려보고...


자기가 봐도 그늠이 그늠 같고 그냔이 그냔 같은지 똥고 냄새를 심문 중이시다 ㅋㅋㅋ

"야이~ 개시키야... 콧구녕 썩것다. 엥가이 처 맡아라~"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가운데 그 밑의 서열들이 눈치 보며 모여든다...


밑의 짬밥 안되는 녀석들은 다 먹지 말고 국물이라도 남겨 달라고
멀리서 처량하게 구경하고...



입맛 다시는 꼴도 용납할 수 없는지 멱살 후려잡혀 구석으로 물러난다...
참 먹고살기 힘들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입맛 다시며 대그빡 들이 밀려고 하다 눈빛이 딱 마주쳤다.
얼음...


마지막 서열들의 식사 시간이 돌아왔다.
넉넉하게 준비 하긴 했나 보다.
이번엔 다들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접시를 분산 시키고 접시가 남아도는데도 마지막 서열들은 근처를 배회하다
진짜 마지막에 먹기 시작하고,



배 찢어지도록 처 멕여 놨더니 저 개시키가 나를 째려본다.

"야이~ 개시키야... 눈 안까나? 밥 처 멕이 놨더만 오데서 눈에 쌍심지를 키고 째리 보노??
확! 마~ 문디 자슥 차서 어걸트리삘라마~"


옆에 연어 접시가 가득한데도 한 우물만 파는 독한 늠~
밀어 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빈 접시 밀어 가며
설거지 중이시고~


대장은 설거지 잘하는지 마지막 녀석을 감시 중이고
저 시키는 눈에서 레이저를 뿜으면서 아직도 나를 야리고 있다.

이제 올라갈 시간이다.
진즉에 올라갔어야 하는데 녀석들 밥이나 먹이고 간다고
한 시간 이상을 지체한 거 같다.
올라가는 길에 피곤해서 코피 터지겠네...

오늘은 요~~까지